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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서울=뉴시스】김경원 기자 = 언론에 정신질환자들의 범죄 뉴스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용산에서 대낮에 흉기 난동을 일으키거나 광주 대학병원에서 결박된 침상에 불을 지르는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들은 정신질환자 범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잠재적 범죄자라는 그릇된 선입견이 커지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당사자들과 가족들은 이웃들로부터 배제되고 사회로부터 소외되면서 더욱 치료에 부정적인 환경과 사회분위기로 몰리고 있다. 

문제는 정신질환자의 치료 및 돌봄에 관한 법적 미비함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신건강 관련 기본법인 ‘정신보건법’이 처음 개정된 것은 1995년이다. 학교보건법이 1967년, 모자보건법이 1973년에 생긴 것에 비하면 매우 늦은 입법이다. 

초기 정신보건서비스 주체는 사설기관이나 종교 기관을 중심으로 한 격리 시설이었다. 1980년대에 주요 정신병원들이 설립되고 요양시설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치료가 아닌 격리 위주의 서비스가 이뤄졌다.  

당시 격리는 대부분 비자의적인 조치의 결과로서 인권침해가 상당했다. 1987년 폐쇄된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롯한 사회문제화로 인해 1995년에서야 최초의 정신보건법이 제정되었다. 이후 정신보건법의 전면적인 개정은 ‘정신건강복지법’이란 이름으로 20여년이 지난 2016년에서야 이루어지게 되었다. 

1995년 당시에도 그랬지만 2016년의 정신보건법 개정의 가장 첨예한 논쟁은 정신질환자의 자유권과 치료권의 문제이다. 강제 입원을 정신질환자의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는 인신구속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치료권의 제공으로 볼 것인가. 

이는 정신질환자들의 비자의입원, 특히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에서 두드러진다. 정신질환자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근친 등의 보호의무자의 동의와 정신과전문의의 권고서에 의해 이뤄지는 강제 입원을 의미한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조항에 대해 2016년에 내린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과 국제연합(UN) 권고안을 받아들여 그간 수용시설에서의 열악한 치료환경에서의 인권침해 요소를 방지하기 위해 정신보건법의 비자의입원 요건이 법적으로 강화되었다. 쉽게 말해 정신질환자의 입원 요건을 까다롭게 해서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을 최소화하여 인권 강화를 꾀하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신보건 현장과 학계를 중심으로 인권 보호를 위한 과도한 요건 강화로 인해 치료권의 측면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이전에는 비자의입원의 기준을 ‘치료를 필요로 할 정도의 정신 질환’이 있고, ‘자해나 타해의 위험성이 있는 심각한 경우’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되었으나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입원의 절차적 통제도 강화되었다. 이전에는 비자의 입원 요건을 갖추면 추가 심사 없이 6개월까지 입원이 가능했으나 입원 3일 내로 입원환자의 정보를 국립정신건강증진센터에 보고하고, 2주 내로 타 병원(국공립병원 혹은 지정병원)에 근무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2차 진단 전문의)가 입원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그 평가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환자를 즉시 퇴원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해외 선진국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엄격한 규제이다.  
  
이로 인해 실제 비자의입원은 전체 입원 중 2016년 61.5%에서 2017년 37.9%로 큰 폭으로 줄었다. 자의입원이나 동의입원으로 전환한 경우도 있겠으나 퇴원한 환자들도 꽤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퇴원한 정신질환자들은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치료와 돌봄을 받았을까? 데이터 상으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퇴원 후 1개월 내에 정신과 외래를 방문한 환자 비율은 전체 퇴원자 중 2016년 63.3%에서 2017년 62.0%로 떨어졌다. 중증 정신질환자가 퇴원 후 1개월 이내 동일한 병원 재입원한 비율은 2016년 21.6%에서 2017년23.8%로 증가하였다. 자료의 축적과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는 병원 밖에서 적절한 돌봄과 치료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정신질환자들의 자유권과 치료권 향상에 비판적이다.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를 해온 의사의 소견을 타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가 다른 소견을 낼 만한 환자의 정보도 충분하지 않고 그럴만한 의사를 구하는 것은 또 다른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초발성 치료 등에 있어서도 경우에 따라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있음에도 자타해의 위험이 발생할 때까지 악화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등 질환의 예방과 중증도에 따른 다양한 치료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의 자기결정권과 치료권은 상반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해답은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치료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에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예방, 응급, 초발, 재발, 만성 등의 질환의 경도와 유형에 따라 상급 정신병원에서 지역의 병의원급 의료기관, 공공 정신보건센터, 지역사회 돌봄, 가정에서의 돌봄까지의 유기적이고 유연한 케어와 치료가 연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점이다. 

입원요건을 강화하려 한다면 이들이 시설 외의 환경에서도 지속적인 돌봄과 치료가 보장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했으나 실질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법개정 시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일부 개정되었으나 정신질환자들의 탈수용화를 감당하기에는 실효성이 매우 떨어졌고 개정법과 하위 법령도 허술하였다. 

정신질환자였던 안인득의 범죄 사례의 경우도 형이 입원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보호의무자 입원, 응급입원, 행정입원 등 모든 제도가 적용되지 못하여 제때 입원하지 못하였다.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치료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정신보건 역량 강화와 전폭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예산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있을 때 지역사회의 정신보건 역량이 보다 신속하게 강화된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정책은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선진국들도 나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들에게 맞는 정신보건 서비스체계가 진화해 갔다. 치안과 공공의 안전을 우선할 것인가, 정신질환자의 자유와 인권을 우선할 것인가. 치료를 위해 강제로라도 입원을 시켜야 할 것인가, 부랑아와 정신질환자들을 강제로 격리했듯이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허용해야 할 것인가. 치료와 돌봄의 연속성이 확보될 때 질문들에 답하기가 좀 더 쉬워질 것이다.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joheo@nafi.re.kr)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샌디에고 캠퍼스 보건학 박사
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조교수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90711_0000708248&cID=11011&pID=1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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