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에 따라 고글을 쓰자 눈앞에 전철 내부 풍경이 펼쳐졌다. 승객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고개를 돌리자 창 밖에 낯선 풍경이 나타났다. 헤드폰에서는 “잠깐 졸았을 뿐인데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나이 든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떻게 할까” “일단 내릴까” 등 전전긍긍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덩달아 불안해졌다. 그렇게 몇 정거장을 지나자 갑자기 사람들이 하차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따라 내렸는데 어딘지 몰라 멍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들 사라지고 기자만 홀로 남은 그때 뒤쪽에서 한 여학생이 “무슨 일이냐”며 말을 걸어왔다. 그제야 안도감이 들었다.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202/82676794/1#csidxea6ca6ff9afde18884d755c91cf5f87
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동아일보 2017. 02.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