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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FOCUS] `마음의 감옥`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깜짝깜짝 놀라고 잠 못들고 악몽이…" "딸 영정사진의 먼지만 봐도 분노가…"
사고 3개월~1년후 발생 미리미리 조기치료해
자학이나 원망은 금물, 나의 불안과 고통·슬픔 들어줄 사람 찾아야
 
전재영 씨(51)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때 여덟 살 딸과 아내를 잃었다.

경북 김천에서 컴퓨터학원을 하던 그는 사고 후 결국 학원을 접었고 지금은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대구 동인동에 있는 대책위 사무실에 마련된 아내와 딸의 영정을 보며 "아내와 딸의 영정에 먼지만 쌓여도 분노, 원망, 상실감이 든다"고 말했다. `다 지난 일이니 잊어라`고 하는 주변의 말이 이해는 되지만 그의 마음 한쪽에 쌓인 절망감을 더 키우는 독이었다. 전씨는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을 겪으며 악몽에 시달리며 사는 것도 비극"이라고 말했다.

일반 의학용어로 외상(外傷)을 뜻하는 트라우마(trauma)는 심리학에서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 즉 정신적 외상을 뜻한다.

재난 재해나 사고 또는 개인적인 사고 등 트라우마를 겪고 난 뒤에 찾아오는 정신 고통을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우리말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기 탑승객과 가족을 비롯해 비행기 타기가 무서워진다는 사람들 모두 광의의 PTSD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고통을 수반한 사고 뒤엔 아무리 정신적으로 강인한 사람이라도 흔들리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사고 후의 고통을 `질환`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전문가와 함께 상의하라고 조언하는 것도 사고 후 대응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고통이 PTSD로 진행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등 유달리 대형 사고가 많았던 한국이지만 2000년대가 되기 전에는 트라우마란 말 자체가 생소했을 정도로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생 살아가면서 PTSD 증상을 겪는 사람은 전 국민 가운데 57만명(1.6%)에 달한다. 국민 100명 가운데 1~2명이 PTSD 증상을 호소하는 것이다. 남성(1.0%)보다 여성(2.2%)이 2배 이상 PTSD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정신적 고통을 치료보다는 극복의 관점에서 접근하다보니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국내 유일의 PTSD 전문팀을 이끄는 심민영 국립서울병원 팀장은 "우리나라에선 인식이 부족해 혼자서 끙끙 앓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심 팀장은 "특히 극한 상황을 접하는 직업군에서는 광범위하게 PTSD가 있지만 이를 개인적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문화 탓에 환자가 날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소방관, 경찰 등 특정 직업군에서 발병 확률은 더 높다. 2011년 경찰청이 현직 경찰관 1만42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PTSD 환자는 6878명(48.2%)에 달했다. 소방관의 경우도 소방방재청 통계 결과 최근 5년 사이 PTSD를 겪는 소방관이 1000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계에선 사고 시점을 기준으로 최소 일주일 이내에 발생하는 급성스트레스장애도 있지만 보통 3개월 이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가지 증상이 동반된다. 작은 일에도 쉽게 놀라는 증상과 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들을 회피하는 증상이다. 하규섭 국립서울병원장은 "놀람이 수그러들지 않고 악몽, 수면장애, 대인관계 기피, 고소공포증, 폐소공포증이 동반된다"고 말했다.

꼭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주변인들이 PTSD를 호소하기도 한다. 오범희 성균관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통상 3개월~1년 뒤에 발생하는데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기 힘든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정신과 전문의를 비롯해 누구든 자신의 고통을 얘기하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과 얘기를 해보라고 권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먼저 `고난은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나는 극복하지 못할까`라며 자학하거나 남을 원망하는 경우가 생기면 증상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심 팀장은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우울증, 폐소공포증, 사회에 대한 적개심 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치료의 목표는 PTSD의 뿌리인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약해질 대로 약해진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우선은 환자의 정신적인 자립도를 높여주는 치료를 한다. 인식교정치료라고 불리는 이 치료는 개별 상담과 감정치료를 통해서 풀어내지 못한 응어리들을 해소한다. 이후에는 PTSD를 불러왔던 트라우마의 상황을 직접 대면하도록 한다.

의학계에선 환자들이 쉽게 PTSD 치료를 받도록 하기 위해선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PTSD 치료는 현재 건강보험 적용은 되지만 민간보험에서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비용은 편차가 크지만 통상 회당 5만원 가량이 든다. 대형사고 직후라 대부분 생업을 팽개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민간보험에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PTSD 치료가 정신과에서 이뤄지다보니 "한번 가면 정신병자로 기록이 남는다"며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국립서울병원 등에서는 익명처리 등의 개선책을 도입해 시험하고 있다.

[김효성 기자 / 김인오 기자]

출처 :  2013.07.12 MK뉴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576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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