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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정신질환, 낙인찍는 언론과 걷어내는 언론
[서리풀 연구痛] "강제 입원와 약물 관리, 근본적 문제 해결 아냐"

 

 

 

최근 정신질환자에 대한 혐오가 부쩍 심해졌다. '정신병자'라는 단어가 남을 비하하는 용도로 쓰일 만큼 정신질환자에 대한 혐오는 오래되고 일상적인 것이지만, 최근 일어난 일련의 안타까운 사건들이 이를 더욱 심화시킨 것 같다. 사실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범죄를 일으켰다고 해서 그 범죄가 모두 정신질환 탓은 아니며, '정신질환 = 사회적 위험'도 아니다. 그럼에도 사건 보도는 혐오를 부추기는 쪽으로 치우쳐 있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정신질환에 걸린 이들이 좌절하고, 병을 더 감추며, 치료를 꺼리게 된다.(☞ 관련 기사 : <서울신문> 7월 1일 자 '조현병 환자도 사람입니다') 

이러한 언론의 행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며, 그 영향도 그리 가볍지 않다. 이 문제의 심각성 탓에, 언론 보도가 정신질환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해외 연구도 여럿이다. 올해 초 호주 멜버른 대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회정신의학과 정신과역학>에 이러한 개별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종합한 논문을 발표했다.(☞ 바로 가기 : 중증정신질환 보도가 낙인과 차별에 미치는 영향과 악영향을 완화시키기 위한 개입의 체계적 검토) 이 논문은 조현병, 정신증, 조울증, 일반적인 정신질환 등과 관련된 언론 보도와 소셜 미디어 게시 글이 중증정신질환의 낙인화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연구들, 그리고 뉴스 보도의 악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언론 전문가들의 개입을 평가한 연구들을 검토했다.

 

분석 결과는 우리가 예상하던 대로다. 여러 연구들이 폭력과 위험성 등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고정관념을 포함한 언론 보도가 사람들의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부정적 언론 보도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고정관념, 낙인찍는 태도를 강화시키고, 긍정적 태도를 약화시키며, 사람들이 정신 건강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도록 만들었다. 또한 이렇게 부정적인 내용의 인터넷 기사에는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는 댓글의 비율도 더 높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부정적 보도의 영향뿐 아니라 긍정적 보도가 미치는 영향을 함께 보여주었다. 오해를 풀어주는 정보, 정신질환 회복 사례, 저명한 이들의 중증정신질환 공개 같은 긍정적 보도는 낙인을 감소시키고, 긍정적인 태도를 강화하며, 정신질환을 가진 것은 나약한 게 아니라 아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또한 이런 종류의 인터넷 기사에는 낙인에 대항하는 댓글의 비율이 더 높았고, 개인의 정신 질환 경험을 털어놓는 댓글의 비율도 높았다.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과 혐오를 부추기는 데 언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면, 언론은 이를 걷어내는 역할도 할 수 있다. 현실에서 조현병 환자의 범죄 직후에 쏟아진 수많은 기사들을 보고 있자면, 과연 언론의 긍정적 측면이란 게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담기거나 낙인을 완화하려는 기사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은 희망이다. 여러 나라에서 정신질환과 관련한 보도 준칙을 만들었고,(☞ 관련 기사 : <에이블뉴스> 7월 5일 자 '정신질환자 감수성 담은 외국 미디어 지침') 한국어로 번역된 것도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좀 더 균형 잡힌 보도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관련 기사 : <비마이너> 5월 13일 자 '"과장된 보도로 공포와 불안감 확산 안 돼" 영국 정신건강 관련 보도준칙')

또한 이런 규범은 언론, 기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위의 연구는 설득력 있고 믿을 만한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정신질환이 위험하다'는 식의 낙인찍는 태도와 사회적 거리감을 줄여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수동적으로 뉴스를 받아들이는 데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비자들도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걷어내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

조금 더 바란다면, 언론이 드러난 현상을 극적으로 그려내는 것을 넘어 좀 더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주었으면 좋겠다. 정신건강은 신체건강 못지않게 여러 사회적 불평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강제 입원과 약물 관리 등 '의료'만 강조하는 것은 근본적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이런 맥락에서 다이니우스 푸라스 UN 건강권 특별보고관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바로 가기 : 'World needs "revolution" in mental health care – UN rights expert')  

"정신건강 정책과 서비스는 위기에 처해있다. 이는 뇌의 화학적 불균형이 아닌 권력 불균형의 위기이다." 

* 서지정보 
Ross, A. M., Morgan, A. J., Jorm, A. F., & Reavley, N. J. (2019). A systematic review of the impact of media reports of severe mental illness on stigma and discrimination, and interventions that aim to mitigate any adverse impact. Social Psychiatry and Psychiatric Epidemiology, 54(1), 11–31. https://doi.org/10.1007/s00127-018-16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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