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사용한 변기를 쓸 수 없다고 새로 갈고, 호텔 샤워기뿐만 아니라 방 안 램프까지 취향에 맞지 않는다며 새것으로 교체해 사용한다면?
전문의들은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지만 강박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강박장애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강박장애는 세계적으로 1.1~1.8%의 유병률을 보이지만 실제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은 그것보다 적다.
강박증상이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욕실을 쓴 이후에는 머리카락 하나라도 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안 되는 사람, 내가 쓰는 물건은 항상 있던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사람, 속옷이나 양말 하나하나가 제대로 개어져 정리돼 있고 냉장고 속 음료가 일렬로 정리돼 있어야 하는 사람 등이다.
최경숙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경미한 수준의 강박증상은 어느 정도 생활에 도움이 되고 심지어는 주변에서 꼼꼼하고 청결한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그 행동을 제어할 수 없을 때, 그리고 가족과 같이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강박증상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불안장애로 분류되었던 강박장애는 미국정신의학회 진단 기준 5판(DSM-5)부터 '강박 및 관련 장애'로 독립적으로 분류될 정도로 중요한 질환이다. 강박장애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어떤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는 강박사고로 인해 불안감이 커지고, 이러한 불안을 없애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면 버스 손잡이를 잡은 후 '병균이 내 손에 묻었고, 나는 끔찍한 질환에 감염될 거야'라는 강박사고가 계속되면 환자는 끊임없이 손을 씻는 강박행동을 하게 된다. 모든 물건이 '1, 2, 3…' 또는 'ㄱ, ㄴ, ㄷ…' 순으로 정리돼 있어야 하는 사람은 '모든 것은 순서대로 있어야 한다'는 강박사고로 인해 끊임없이 물건 위치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강박행동을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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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문 기자
매일경제 2016.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