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정신병에 걸렸다. 회사만 하더라도 야근 없이는 못 사는 ‘야근병’에 걸린 부장님부터 실적에 목을 매는 ‘실적병’ 걸린 과장님. “전 그런 일 못해요”라며 거절을 밥 먹듯 하는 ‘공주병’ 환자, 끼리끼리 파벌을 형성하며 남 이간질에 앞장서는 ‘이간질병’ 중증 판정을 받은 사원, 남들은 다 해내는 일을 못하는 주제에 눈치까지 없는 ‘둔감병’에 걸린 직원까지.
지하철에서도, 거리에서도, 학교에서도. 정신질환으로 명명할 수 있는 사례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언젠가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유행이 됐던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만 하더라도 그렇다.
어딜 가든 일정한 수의 ‘또라이’가 있다는 우스갯소리는 ‘제가 포함된 직장에는 또라이가 없어요’라는 말에 ‘그렇다면 당신이 또라이일 수 있습니다’라 답하며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풍자했다.
이처럼 정신병자 아닌 정신병자는 일상에서 흔히 볼수 있는 존재들이다. 최근에는 번아웃 증후군이나 일 중독증 같은 것들도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불리며 감기 걸리면 병원에 가듯, 정신이 아프면 정신병원을 가는 게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럼에도 정신병에 대한 인식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는 특이한 정신병에는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배척하고, 경멸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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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 pyj@mhj21.com
문화저널 21 201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