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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매 중 첫째인 윤미숙씨(37·가명)는 어린 시절부터 말이 없었다. 귀가하는 아버지의 발소리가 들릴 때마다 방 안 깊숙이 몸을 숨겼다. 아버지에 대한 공포감이 컸던 탓이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살갑지 않았다. 늘 화난 얼굴로 “시끄러우니 조용히 하라”거나 “공부하라”며 호통만 쳤다. 하는 행동마다 “잘못됐다”고 꾸중을 했다. 아버지의 고압적 기세에 눌린 어머니도 어린 자매를 감싸주지 못했다. 

윤씨는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전교 10등 안에 들 만큼 공부를 잘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적응을 못하고 겉돌기 시작했다. 고2 때 결국 자퇴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을 트집 삼아 친구들과의 관계를 모두 끊었다. 검정고시를 본 후 3수 끝에 서울의 중상위권 4년제 대학에 진학했지만 얼마 안 가 대학도 자퇴했다. 이유를 묻는 부모에게 윤씨는 “사람이 무섭다”고 했다. 그리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말수는 더욱 줄었다. 컴퓨터를 보거나 잠만 잤다. 밥도 제때 안 먹고 잘 씻지도 않았다. 155㎝의 키에 체중이 68㎏까지 불었다. 부모가 야단을 치거나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윤미숙씨는 2년쯤 지난 후 갑자기 어머니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된 것은 다 엄마아빠 탓”이라며 주먹을 휘둘렀다. 말문이 트인 것처럼 그동안 쌓인 불만을 쏟아냈다. 거의 5년 동안 날마다 같은 행동을 되풀이했다. 어머니 채경자씨(64·가명)는 딸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미안하다”며 울면서 날아오는 주먹을 고스란히 맞았다. 윤씨는 보상해달라며 많은 용돈을 요구했고 부모는 이를 군말 없이 들어줬다. 서울에 방을 얻어주면 일자리를 알아보겠다고 해서 얻어준 적도 있었다. 4개월 후 딸을 찾아간 부모는 경악했다. 윤씨는 집 안을 쓰레기더미로 만들어놓은 채 은둔하면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결국 윤씨는 부모 손에 이끌려 다시 고향인 전주로 내려왔다. 지금은 그나마 상태가 좋아져 어머니를 따라 동네 마트도 다니지만 사람에 대한 공포감은 여전하다. 집에 친척이라도 찾아오면 방 안에 숨는다. 윤씨 어머니는 “나중에 딸이 은둔형 외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남편과 함께 전문 심리치료사를 만나고 같은 고통을 겪는 부모 모임에 나가면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전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210100&artid=201607012327035 


박주연 기자

경향신문 2016. 07.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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