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물안궁’.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뜻의 줄임말 신조어다. 내가 묻지도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굳이 꺼내서 기분을 상하게 할 때 사용한다. 상대가 먼저 물어올 때, 친절히 가르쳐주는 건 미덕이다. 하지만, 묻기도 전에 상대 부족함을 지적하고 가르치려 들면 반감만 생긴다.
맹자는 일찍이 “모든 인간은 남의 스승이 되기를 좋아하는 큰 병이 있다”고 일갈했다. 사상의학적으로는 강박형 소음인이 이런 성향이 강하다. 항상 내 생각이 정답이란 자긍심이 높기 때문이다. 상대 기분과 입장보다는 내 옳음에만 치우친다. 그래서 상대가 불편해해도 “내가 뭐 틀린 말 했느냐”며 자기합리화를 해버린다.
이들은 주변과 세상을 자기 방식대로 움직이려는 지배적 욕구가 강하다. 때론 내가 잘나 보이지 못하면 어쩌나 불안해서 더욱 주변을 가르치려 든다. 그렇다고 무조건 입 다물고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때와 장소, 그리고 상대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부터 먼저 구분해야 허물이 적다는 의미다. 공자는 설령 상대가 물어올 때도, 절실함이 엿보이지 않으면 가르치지 말라고 했다. 건성으로 듣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둘러 가르치고 싶은 욕구는 상대를 위한 미덕이 아니라, 내 욕심이거나 불안에서 비롯된 인정욕구일 때가 많다. 그런데, 이런 욕구가 가장 심해지는 관계가 다름 아닌 부모와 자식 간이다. 자식은 ‘안물안궁’인데 부모는 끊임없이 가르치려 든다. 이게 부모와 자식 간 불화와 그로 인한 만병의 근원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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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강용혁의 멘탈 동의보감
경향신문 2016. 06.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