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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갈등에 무너지는 한국사회 ④ 불만을 넘어선 '강박' ◆


"가만히 있으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늘 불안하죠. 젊을 때 시간을 내서 뭐라도 해놔야 해요."

한 글로벌 전자회사에 다니고 있는 A씨(34·여)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얼마 전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회사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A씨는 '뒤처지면 내 인생은 끝'이라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었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해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옥죄어오는 불안감 때문에 A씨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입사 전 대학원에서 취득한 법학 석사 학위는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다른 동료·후배 앞에선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A씨는 " '위너'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루저'가 되지 않으려 자기 개발에 매달려야 하는 게 요즘 현실"이라며 "일단 해놓으면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제2외국어 등을 공부하는 동료도 많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불안'이라는 정서 자체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불안이 막연한 느낌의 영역을 넘어 강박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대통합위원회 '한국형 사회갈등 실태 진단 보고서'가 경고하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생존 불안감 때문에 뭔가를 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다고 느끼는 강박 심리. 이른바 '불안(Anxiety)을 넘어선 강박(Obsession)'이다. 실제 통계로도 강박사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강박장애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4년 기준 2만3174명에 달해 2010년(2만490명)보다 약 13%(2684명) 증가했다. 강박장애는 2030 젊은 층 비율이 높았다. 인구 10만명당 강박장애 환자는 20대가 86.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61.8명), 10대(51.5명), 40대(43.4명) 순이었다.

보고서는 청년 세대는 취업과 결혼이나 주택 마련, 중·장년층은 자녀 뒷바라지나 자신의 노후, 노년층은 자녀에게 안겨줄 경제적·정신적 부담이나 빈곤층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강박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학생들의 '고(高)스펙' 쌓기도 강박증의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3년(141만건)과 2015년(242만건) 등록된 신입 구직자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 자격증 보유자 비율은 이 기간에 74.7%에서 81.5%로 6.8%포인트 늘었고, 인턴 경험자는 18.4%에서 21.8%로 3.4%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토익 800점 이상 고득점자 비율도 36.2%에서 42.3%로 증가했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와 관계없이 아무 자격증이나 취득하거나, 불안감 때문에 자기 진로와 전혀 상관없는 인턴십에 참여하는 것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불안한 정서 때문이다. 심층면접에 참여한 서울 서초구의 대학생 B씨(24·여)는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어학연수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무역·물류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데 중국어 등 제2외국어는 필수인 것 같다"며 "외국에 나가봤자 나이만 먹는다는 생각으로 제쳐뒀는데 주변의 선배, 친구들이 공부하는 걸 보면 다른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직업은 있지만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청년들도 상시적인 취업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수학 기간제 교사인 C씨(32·여·광주광역시)는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이 오면 다른 학교를 찾아 계약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동시에 과열된 경쟁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5년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 7000명을 직접 방문해 조사한 '한국사회의 사회·심리적 불안의 원인분석과 대응방안'에 따르면 개인적 불안으로 노후 준비 부족(25.3%), 취업 및 소득(18.4%), 사회적 불안으로 경기 침체 및 성장 둔화(36.6%) 등 대부분 경제적 부분이 꼽혔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소득보장체계를 확충하고 고용·취업대책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사회·심리적 불안 관리를 위해 지역사회에 정서적·심리적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 백상경 기자]

 

매일경제      2016.03.02

[출처]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1&sid2=263&oid=009&aid=000369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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