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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가 대표작인 ‘절규’를 여러 번 그린 행동에서 보듯 그는 자기 작품을 남에게 넘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림들을 자기의 분신으로 보았고 자기 ‘아이들’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작품 팔기를 싫어했다. 한 번 팔린 작품을 무척 아까워하며 섭섭해 했다. 초기에는 전시회에 오는 관객들에게 입장료를 받았다. 그러다가 눈을 돌린 것이 출판화였다. 판화를 만들면 원본을 여러 개 찍어 만들 수 있고 사생화를 그리면 출판을 통해 복사본을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유화를 목판화로 만들 때에는 나무의 결을 살려서 나무에서 유령이 나오듯 제작해 더욱 창조적인 그림을 만들어 내었다. 출판화에 손을 댄 이후 상당량의 작품이 팔려나가 그는 궁핍에서 벗어나고 별장까지 마련할 수 있었다.

1890년대부터 그는 불안을 주제로 한 판화나 유화, 사생화와 파스텔화 등을 많이 그렸다. 특징적인 것은 사랑과 죽음, 불안과 공포, 절망, 부정과 질투 등 당시 자기 생애의 주제가 되는 그림들을 연속적으로 그렸고 전시회를 열 때에도 방의 네 벽을 그런 그림들로 채웠다.

‘절규’를 처음 발표한지 일 년 만에 제작한 ‘불안’도 ‘절규’와 비슷한 스타일과 색채, 같은 배경으로 그렸다. 이 그림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소리 지르는 인물과 대체되어 있을 뿐이다. 눈이 크고 초록색 얼굴을 한 이름 모를 사람들의 모습은 초기 작품에서 표현한 적이 있다. 또 다른 명작으로 꼽히는 ‘칼 요한 거리의 저녁풍경’은 군중들을 좀 더 클로즈업한 그림이다.

아직도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그의 그림은 ‘폭력적이고 잔혹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의 명성은 차차 널리 알려지고 많은 관중들이 그의 작품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1899년 그는 튤라 라르센이란 여인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녀는 부유한 포도주 상인의 딸로 당시 ‘해방’된 여성이었다. 같이 이탈리아 여행을 했으며 그 무렵 그는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다. 튤라는 결혼하기를 원했지만 뭉크는 병약한 건강상태와 지나친 음주벽으로 인해 주저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결혼을 싫어했다. 병적이고 신경질적인 환경에서 자란지 나는 일생 결혼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면 돈이 많은 그녀의 신세를 질 수도 있는데 그는 그녀로부터 도망쳐 베를린으로 갔다. 거기서 그는 당시에 활발히 전개되던 야수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들은 뭉크의 대담한 색채 표현에 공감했다.

그러나 자기 파괴적이고 괴팍한 그의 행동은 점차 심해졌다. 다른 화가와 심하게 다투었고 당시 잠시 그에게 돌아온 튤라 앞에서 총을 발사하여 자신의 손가락 두 개에 손상을 입혔다. 결국 그녀는 뭉크를 떠나 그보다 어린 화가와 결혼해 떠나버렸다.

1908년 그는 스트레스와 과음으로 인해 ‘정신분열증’이란 진단 하에 병원에 8개월이나 입원했다. 환각과 피해망상이 있었던 것이었다. 건강이 회복되자 주치의는 좋은 친구들만 만나고 공중 앞에서 음주를 하지 말도록 권하면서 퇴원시켰다. 그는 평온함을 되찾자 그림이 밝아졌으며 덜 비관적이 되었다.

필자는 ‘정신분열증’이란 진단에 성하지 않는다. 이 병은 정신적인 타격이 아니라 유전성이 높은 ‘정신’이 아닌 ‘뇌’ 질환으로 알려졌다. 이 병은 후유증이 심각해서 인품, 성격, 지능, 행동 등에 광범위한 피해를 끼친다. 창조력도 소멸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뭉크는 병에서 회복된 후 창조성이 계속 발현되었다. 그의 전기를 자세히 읽어보면 그는 알코올 중독과 이로 인한 정신병 증세를 가졌었다는 것이 더 근사한 결론이다.

그는 말년 20여 년간을 조국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근교 에켈리에 저택과 스튜디오를 짓고 살았다. 나치스가 노르웨이를 점령했을 때 그의 작품은 피카소나 클레, 마티스나 고갱들과 마찬가지로 ‘퇴폐 예술’로 규정되었고 독일 미술관에 소장되었던 그의 작품 82점도 압수되었다. 그러나 그가 80세로 사망했을 때 나치스는 그를 자기들 동조자같이 만들어 장례를 치르게 했다.

그의 유화 1100점, 4500점의 사생화, 18000점의 출판화 등은 오슬로 시에 기증되었고 정부는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세워 그의 업적을 기렸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중앙일보     2015.12.15

[출처]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893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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