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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약물치료·사회생활 병행 '베텔의 집' 환자들 한국 찾아]
"무작정 격리하기 보단 함께 사는 법 고민을"

"저는 수십 년째 환청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환청에 지지 않으려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환청 덕분에 오늘 한국에 와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어요. 저는 카페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대전의 한 성당 강당에서 '중증(重症) 정신장애인들의 특별한 삶의 방식'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는 일본의 사회복지시설 '베텔의 집'에 사는 중증 정신장애인 5명이 강사로 초청됐다. 이들은 십수 년 이상 정신분열증을 앓아왔다. 그래도 더듬거리는 일본어로 끝까지 말을 멈추지 않고 스스로 파악한 자기 증상과 이에 맞춘 치료법을 소개했다. 가메이 히데토시(43)씨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라는 자기만의 치료법을 설명했다. 요지는 "약물치료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스스로 병을 치료하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고 비장애인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방식을 '베텔식 치료법'이라 불렀다.

만성 정신장애를 앓는 이들이 모여 사는 일본의 ‘베텔의 집’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22일 인천공항에서 무카이야치 이쿠요시(왼쪽에서 둘째) 홋카이도 의료대학 교수가 출국에 앞서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만성 정신장애를 앓는 이들이 모여 사는 일본의 ‘베텔의 집’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22일 인천공항에서 무카이야치 이쿠요시(왼쪽에서 둘째) 홋카이도 의료대학 교수가 출국에 앞서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강호 기자

베텔의 집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우라카와초(浦河町)라는 작은 마을에서 1984년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우라카와적십자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무카이야치 이쿠요시(60) 훗카이도의료대학 교수가 갈 곳 없는 정신장애인 사사키 미노루(75)씨를 동네의 빈 교회당에 살게 한 게 시작이었다. 사사키씨는 베텔의 집에 들어오기 전 정신분열증 완치를 목표로 우라카와적십자병원에서 7년이나 입원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치료를 받아도 어느 순간 다시 증상이 재발했다. 그는 결국 병원에서 나와 무카이야치 교수와 함께 '정신분열증을 앓으면서도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찾아보자며 베텔의 집을 열었다. 

 

지금 베텔의 집에는 100여명의 정신장애인이 살고 있다. 베텔의 집은 이들이 약물치료와 사회생활을 병행할 수 있게 지원한다. 정신장애인들끼리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직업을 가지고 비장애인들도 만나도록 한다. 베텔의 집에서 장애인들이 직접 다시마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카페 등을 차려 판매원으로 일하는 것도 치료의 일환이라고 했다. 세미나와 강연회에도 정신장애인들을 세운다. 베텔의 집의 성공 사례를 직접 보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한 해 3000명 이상이 찾아온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베텔 치료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신장애인들이 약물치료를 줄이고 사회에 뒤섞이는 게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위험하다는 견해다. 무카이야치 교수는 "정신질환을 오래 앓는 사람들을 사회와 격리하기보단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최은경 기자

 

조선일보     2015.10.24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24/20151024002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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