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뉴 건너뛰기

이슈&칼럼

조회 수 568 추천 수 0 댓글 0

중독의 원인은 무엇일까? 답을 먼저 말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거꾸로 물어보겠다. 그럼 중독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맑은 정신? 성실? 아니다. 틀렸다.

 

 

만약 이런 단어를 생각했다면 당신은 중독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기존의 프레임에 익숙한 것이다. 중독의 반대말은 ‘관계’다. 즉 관계를 맺어가는 행위로 중독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요즘 스마트폰 중독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아니라고? 밤에 자기 전에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지마자 스마트폰을 제일 먼저 만지작거린다면 이른바 중독자일 가능성이 높다(나도 솔직히 이미 경증을 넘어선 스마트폰 특히 페이스북 중독자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알코올 게임 포르노 따위에 중독된 사람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게임을 하느라 자기 아이를 굶어 죽인 신혼부부가 나올 정도이며 이 보다 심각한 폐인들을 다룬 기사가 넘쳐난다. 왜 이렇게 중독자가 늘어날까?

 

 

인터넷게임 중독자의 뇌는 마약 중독자와 비슷하다. 한겨레 자료사진

인터넷게임 중독자의 뇌는 마약 중독자와 비슷하다. 한겨레 자료사진

 

 

중독의 사전적 의미는 ‘뭔가에 깊게 의존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중독자를 낙오자 또는 범죄자 취급한다. 똑바로 살 수 있는데 책임을 방기하는 파렴치한 혹은 얼빠진 무능력자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중독에 대한 시각은 사실상 오해다.

 

 

마약과 전쟁에 대해 취재해온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요한 하리는 최근 세계적 무료 공개 강연 TED에서 중독이 약물이나 나약한 정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소외’에서 온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 근거로 브루스 알렉산더 교수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예로 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쥐감옥’의 쥐들은 마약인 헤로인 성분이 들어있는 물을 탐닉하지만 넓고 놀 것이 많은 ‘쥐공원’의 쥐는 마약물 대신 일반 물을 먹는다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1%가 마약중독자인 유럽의 최빈국인 포르투갈은 2000년 초 중독자들을 가두고 격리시키는 노력 대신 사회에 재결합 시킬 수 있도록 예산을 책정했더니 10여년만에 마약 중독자의 비율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마약을 합법화했지만 오히려 마약 사범이 준 것이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포르투갈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정도였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의 20%는 마약에 빠졌다. 미국 정부는 전쟁이 끝난 뒤 이들이 마약중독자가 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했지만 마약 복용 미군의 95%는 전쟁 후 마약을 끊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이 그들에게 마약을 찾게 만든 셈이다.

 

 

따라서 중독은 약물이 아니라 소외된 생활방식과 연관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쥐감옥으로 내몰리는 인간들은 안도감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대부분 중독 증상을 수반하는 도박, 성인물, 게임, 알코올, 마약 같은 것이다.

 

강연자인 요한 하리는 ‘중독’의 반대말을 ‘맑은 정신’이 아니라 ‘관계’라고 했다. 하지만 세상은 인터넷과 와이파이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만 오히려 단절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페북 등 SNS를 통한 교류는 그저 인간관계의 흉내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떨까?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부동의 1위인 우리나라는 쥐공원보다 쥐감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노동시간 1위, 이혼률 2위, 노인빈곤률 1위의 각종 나쁜 성적표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중독에 빠진 우리를 구할 동앗줄은 무엇인가? 요한 하리는 “우리 주변의 중독자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더 밀접하게 교류하고 싶다고 말하고, 어떤 상태에 있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한겨레 신문     2015.08.31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706704.html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57 [스크랩]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공포·시행 관리자 2015.07.30 571
956 [스크랩] ‘정신의료원 규모 제한 규정 삭제’ 장애계 반발 관리자 2014.11.25 594
955 [스크랩] ‘정신질환’ 상담·치료받는 소방관 1년새 5배 증가 관리자 2014.09.24 778
954 [스크랩] ‘조울증’ 국내 유병률, 다른 나라보다 낮은 이유 밝혀져 관리자 2017.02.09 946
» [스크랩] ‘중독’ 에 대한 정보는 100% 거짓말 관리자 2015.09.11 568
952 [스크랩] ‘지난해 자해·자살 시도자 6600명…40대가 가장 많아’ 관리자 2016.08.16 727
951 [스크랩] ‘친권의 덫’에 걸린 아동학대 피해자들 관리자 2016.08.31 933
950 [스크랩] ‘카·페·인’ 에 중독된 대한민국 관리자 2015.12.31 832
949 [스크랩] ‘하이드 지킬, 나’ 현빈, ‘킬미 힐미’ 지성… 다중장애는 왜 재벌남에게? 관리자 2015.01.30 658
948 [스크랩] ‘행복한 마침’을 위한 한국존엄사협회 창립 1 관리자 2018.12.31 298
947 [스크랩] " 가난한 지역 여성의 불안장애 높다. " (연구) 관리자 2017.05.11 637
946 [스크랩] "갑자기 냄새 못 맡고 맛을 잘 못 본다면 치매 의심" 관리자 2015.10.08 862
945 [스크랩] "강박장애, 출생 전 문제와 관계있다" 관리자 2016.10.12 874
944 [스크랩] "강북·동작·용산구정신건강증진센터 정상 운영해야" 관리자 2017.01.04 885
943 [스크랩] "개정 정신보건법, 민간의료기관에 책임 떠넘길텐가" 관리자 2016.12.28 925
942 [스크랩] "교도소 67%가 정신질환…원격진료자 1만명 돌파" 관리자 2016.09.27 883
941 [스크랩] "국가는 정신장애인 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이제 응답해야 한다" 관리자 2020.11.04 447
940 [스크랩] "군 자살자 절반은 좌절감 등 내적 요인으로 결심" 관리자 2015.03.18 717
939 [스크랩] "군인·경찰관·소방관 해마다 100여명 자살"…순직보다 자살 비율이 높아 관리자 2016.09.28 842
938 [스크랩] "노동자 정신질환 치료하면 1인당 국민소득 5%↑" 관리자 2018.02.20 32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