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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정부의 ‘지방자치단체 복지사업 구조조정’으로 600만명 이상이 지금까지 받아온 복지 혜택을 아예 못 받거나 줄어들 위기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통폐합 사업 선정 절차에 일관성이 없고, 위법 소지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6일 김용익ㆍ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 통폐합을 통보한 복지사업 1,496개의 수혜자는 645만8,000여명에 달했다. 이 조치는 지난달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가 “지자체 자체 예산 복지사업 5,891개 중 1,496개(25.3%)가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하거나 중복된다”며 1조원 규모 복지사업을 정비하기로 한 결정에 따른 것이다.

 

경기도 170만명 타격… 복지사각지대 해소사업들 영향받을 듯

 

이번 결정으로 영향을 받을 대상자는 시도별로 분류할 때, 경기도가 172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인천(97만4,000여명)과 서울(87만6,000여명)도 100만명에 육박했다. 사업별로는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ㆍ노숙인 지원 등 저소득층 지원사업이 466개(31.1%)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장애인 수당, 활동보조지원 등 장애인 대상 사업과 장수수당, 노인일자리 사업 등 노인 대상 사업이 각각 230개(15.3%)였다.


지자체장들의 선심성 복지사업에 대한 정비는 필요하지만, 이번 조치로 꼭 필요한 혜택이 끊겨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지자체 복지 사업은 소득기준과 부양의무자 유무를 따지는 중앙정부의 엄격한 기준 때문에 탈락했지만 주민들의 실제 빈곤여부 등 실태를 반영해 지원하는 사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부모가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는 아니지만 실제 소득이 차상위 계층 이하인 조손가정(손자녀 18세 미만)에 월 7만원을 지원하는‘조손가정 지원사업’(경기 광명시), 주민등록상 동거자 유무를 보지 않고 실제로 혼자 살고 있는 노인들을 돌보는‘독거노인도우미 파견사업’(경기 구리시)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생활안정 지원금, 어린이집 아동학대 방지의 해법으로 꼽히는 보육교사 처우 개선 지원금도 폐지 대상에 올랐다.

                       


대상 선정도 일관성 없어


대상 선정 절차도 논란거리다. 복지부는 지난 4월부터 지자체로부터 전체 5,000여개의 복지사업을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했고 7,8월 2개월간 통폐합 대상을 추렸다.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서울 강남구의 ‘장애인가정출산지원금 사업’등 복지부가 이미 지난해 “중복되지 않으니 사업을 시행하라”고 신설을 허가한 사업도 구조조정 리스트에 올랐다. 반대로 사보위가 저소득층 교육지원은 중앙정부의 교육급여와 겹친다며 통폐합을 권고했는데도 무상급식 예산 643억원을 돌려 시행하고 있는 경남도의‘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은 통폐합 대상에서 빠져있다. 또 지자체 자체사업이 통폐합 대상인데, 국고지원 사업까지 포함돼 있는 등 일관성 없는 선정기준에 지자체 담당자들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복지부 사회보장조정과 관계자는 “이미 신설을 허용하거나 중복이 아닌 사업들도 통폐합 대상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다시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고 아닌 강제… 위법성, 소급적용논란도


이런 식의 지자체 사업폐지 권고는 법적 근거도 불분명하다. 정부는 이 조치의 근거로 ‘사회보장위원회는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 및 비용분담, 사회보장 전달체계의 운영 및 개선을 심의ㆍ조정할 수 있다’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2항 7호, 9호)를 든다. 하지만 이 조항들은 국가 전체에 적용되는 복지제도에 관한 것이지 개별 사업 통폐합에 적용시킬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소급적용도 논란거리다. 2013년 1월부터 시행된 사회보장기본법은 ‘지자체가 복지사업을 신설ㆍ변경할 경우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골자. 하지만 이번 통폐합 대상 사업은 대부분 법 시행 이전부터 운영되던 사업들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인 이찬진 변호사는 “이 법은 소급적용되지 않으며, 이번 구조조정은 지자체의 자치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통폐합은 폐지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권고’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지자체를 압박하고 있다. 복지부는 각 지자체에 ‘유사·중복사업 정비추진단’을 구성해 이달 25일까지 시ㆍ도별 정비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80~8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만~4만원씩 주는 장수수당을 없애지 않으면 기초연금 지원금을 10% 삭감할 방침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일부 지자체들은 이미 조례 개정 등 사업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기초연금은 최저생활비도 안 되는데 중복이라는 이유로 장수수당과 노인일자리 사업 등을 없애면 노인빈곤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복지 재정을 조달할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용익 의원은 “황교안 총리의 사회보장위원회 첫 작품이 지자체 복지사업 축소 강요인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또 중앙정부가 협의ㆍ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언제든 지자체 사업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묵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남보라 기자

 

한국일보     2015.09.07

 

[출처] http://www.hankookilbo.com/v/6e18aef7d8394cd9b07ef04d5cec50c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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