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를 하고 단기간 기억이 상실되는 ‘필름 끊김 현상(블랙아웃ㆍblackout)’을 한 차례라도 경험한 여성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살 충동이 더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반면 남성은 이런 경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팀은 2007∼2011년 성인 4만2347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한 번이라도 필름이 끊겨 본 적이 있는 여성은 필름이 끊어진 적이 없는 여성보다 1.63배나 자살에 관한 생각을 더 자주 떠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주 필름이 끊기는 여성은 그 비율이 2.16배로 높아졌다.

한 번에 술을 많이 마실수록 여성이 자살을 떠올릴 위험성이 커진다는 점도 이번 연구에서 드러났다. 한 번 술을 마실 때 소주 3~4잔을 마시는 여성은 술을 마시지 않는 여성보다 자살에 관한 생각을 떠올릴 위험도가 1.34배 높았다. 한 번에 소주 10잔 이상을 마시는 여성은 1.84배나 위험도가 증가했다.

여성은 음주 횟수도 자살을 떠올릴 위험도에 영향을 끼쳤다. 매주 2∼3회 음주하는 여성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자살에 관한 생각을 떠올릴 위험이 1.41배 증가했다. 매주 4회 이상 술을 마시는 여성은 위험도가 1.57배로 높아졌다.주 4회 이상 술을 마시는 여성은 2.85배나 증가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의 박은철 교수는 “술을 많이 마실수록 자살 위험도가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지만 음주량, 음주빈도, 필름이 끊기는 횟수 등 음주 유형별 분류로 분석한 것에 연구 의의가 있다”며 “또한 폭음하는 사람을 요주의 인물로 관찰해서 자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성과 달리 남성은 음주 횟수, 음주량과 자살 위험도 사이에 큰 연관성이 없었다. 매주 1회 이상 음주로 인한 필름 끊김 현상을 경험하는 남성은 필름 끊김 경험이 없는 남성보다 2.14배 자살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나긴 했으나, 그 정도로 자주 블랙아웃을 경험할 정도면 자살이 아니라 심각한 알콜중독, 알콜성치매가 더 우려된다.

한편 이 논문은 예방의학회지(JPMPH)에 최근호에 게재됐다.

조용직 기자

헤럴드 경제     2015. 07. 23

[출처]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50723000052&md=20150723071021_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