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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A(48)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자녀(15)와 함께 지난해 초 강원도의 한 자연휴양림을 찾았다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매표소의 한 직원이 “정신이상자는 출입할 수 없다”며 아이의 장애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기 때문이다. A씨는 “‘우리 아이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위험하지 않다’고 여러 차례 설명한 뒤에야 휴양림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차별 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그곳이 공공시설이어서 더 속상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매표소 직원의 비상식적 행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에 명문화돼있는 정신장애인 차별조항에 근거하고 있다. 해당 조항들은 차별적 표현인 ‘정신이상자’라는 표현을 버젓이 쓰면서 정당한 이유 없이 정신장애인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행정자치부의 자치법규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16개 광역시·도의 자치법규 중 정신이상자라는 이유로 공공기관의 출입 등을 제한하는 조항은 133개에 달했다.

제주도를 제외한 15개 광역시·도 모두 관련 조항이 있었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20개로 가장 많았고, 서울과 경남이 각각 18개, 강원 16개, 전북 15개 순이었다. 대부분 도서관이나 박물관·미술관·자연휴양림 등 공공시설의 출입을 제한하는 내용이었으며, 구나 시의회 회의 방청을 제한하거나(서울 강남구·경기 부천시·대구 수성구 등), 복지시설 출입을 제한(경남 김해시·경북 예천군 등)하기도 했다. 이밖에 공공목욕시설 출입 제한(인천 옹진군), 펜션 출입 제한(강원 화천군), 환경미화원 근무 금지(강원 고성군·경남 통영시) 등의 조항도 있었다.

정신이상자는 사전적으로 ‘정신이 정상적인 상태와 다른 사람’을 뜻한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라는 뜻에 차별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최근 학계 등에서는 ‘정신이상자, 정신박약, 정신지체’ 등의 용어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뒤 출범한 ‘전국장애인조례제개정추진연대’의 활동으로 여러 조항에서 ‘정신이상자’라는 표현이 삭제되거나 ‘소란이나 난동을 피우는 사람’ 등으로 개정됐다.

서울시도 지난해 6월 “정신이상자 규정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참여를 제한하는 차별이고 용어 자체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시키는 비하적 표현”이라며 시의회 방청제한 규정에서 ‘정신이상자’를 삭제했다.

그러나 서울 25개 구 중 14개 구에서는 여전히 정신장애인의 방청을 제한하는 등 아직 많은 곳에서 차별적 용어 사용과 차별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조항을 가진 지자체들은 대부분 정신이상자가 정확히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다보니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 조치가 직원 재량에 따라 중구난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인권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이 소란을 피울 경우 다른 관람객 등을 배려해 퇴장시킬 수는 있겠지만 아예 공공시설 입장을 금지시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세계일보   2015. 0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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