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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 지난해 환자 9만명 육박
"심리적압박ㆍ스트레스 갈수록 많아지는 시대상황과 연관"
"생활습관 바꾸고 약물ㆍ인지행동 치료 받으면 완치 가능"

 

# 회사원 A(23)씨는 몇 달 전부터 근무 중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해지고 식은땀이 나면서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는 과로와 과음으로 몸이 안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근무 도중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다 쓰러졌다. 동료들은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진 그에게 심장마사지를 실시하고 119 구급차를 불렀다. 온갖 검사를 받았지만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A씨는 유명 대학병원을 찾았다. A씨가 갖고 온 소견서를 읽은 담당의는 몇 가지 검사를 더 실시하더니 "공황장애인 것 같다"면서 A씨를 신경정신과로 보냈다.

# 취업준비생인 B(26)씨는 최근 한 언론사의 인턴이 됐다. 기쁜 마음으로 출근하던 B씨는 지하철 안에서 오싹한 공포를 느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이유 모를 공포가 엄습했다. 결국 지하철에서 내려야 했다. 출근하려면 꼭 지하철을 타야 했지만 몇 차례 이상한 증상을 경험한 B씨에게 지하철은 '지옥철'이나 다름없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지.' B씨는 집 주변 내과를 찾았다. 의사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의사에게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은 다음날 B씨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병원으로 실려 간 B씨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공황장애란 병이 널리 알려진 건 연예인들 때문이다. 이병헌 김장훈 차태현 이경규 등 유명 연예인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하며 공황장애란 병명이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죽음의 공포를 느꼈어요." 연예인들의 고백은 담담했지만 섬뜩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7일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공황장애 환자는 최근 5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9년 4만8,237명이었던 환자 수는 2010년엔 5만814명, 2011년엔 6만1,439명, 2012년엔 7만9,114명, 지난해에는 8만8,095명으로 늘었다. 최근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환자가 증가한 셈이다. 공황장애 환자가 왜 이렇게 급증한 걸까.

김양래 정신의학 박사는 "농경사회라면 느긋한 삶을 살고 하루에 처리해야 할 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공황장애가 이토록 높은 빈도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과로와 과음, 북적이는 대중교통의 이용으로 인해 사람들이 받는 심리적 압박 및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면서 "신체 능력의 한계를 초과하는 상황들이 계속되기 때문에 공황장애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황장애 환자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면서 공황 발작을 경험하는 여성의 비율도 늘고 있어요. 요즘 직장인은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에서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시는데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죠. 카페인은 자율신경계를 매우 흥분시키는 역할을 하거든요. 커피 소비가 늘고 카페인이 많이 첨가된 음료들이 시중에 많이 나오게 된 것도 공황장애 발병율과 연관이 있을 겁니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과 자율신경계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몸은 위기 상황 및 위험 상황을 맞게 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율신경이 흥분하도록 설계돼 있다. 자율신경은 체온 및 땀의 분비를 관장한다. 위장기능을 조절하고 대ㆍ소변 배출 신경을 담당한다. 흥분한 자율신경은 몸에 힘과 에너지를 주려는 상태로 변해 혈압ㆍ혈당ㆍ심박동을 증가시킨다. 또한 근육에 힘이 들어가 경직되고 각성ㆍ긴장 상태를 유발한다. 이런 자율신경계 흥분 증상이 10분 내에 극도로 밀려오면 죽음의 공포까지 느끼게 되는데 이를 공황장애라고 한다.

공황장애에 걸리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A씨와 B씨처럼 가슴 통증과 공포를 느끼다 쓰러지면 모두 공황장애라고 봐도 되는 걸까?

김 박사는 "공황발작이 오면 심박 수가 증가하고 식은땀이 나고 열감이 오르며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고 호흡곤란을 느끼게 된다. 이로 인해 팔다리 힘이 풀리면서 쓰러질 것 같고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증상 등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이런 공황발작을 경험하게 되면 그 공포감으로 인해 발작이 일어났던 비슷한 장소나 분위기를 피하게 됩니다. '또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예기불안이 동반되는 거죠.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점차 자신감을 잃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듭니다. 집안에서만 지내며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공황장애 환자가 많은 까닭입니다."

김 박사는 "공황장애 진단 전엔 꼭 내과적인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식이나 부정맥 등의 문제가 있어도 공황발작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비슷한 증상으로 바로 신경정신과를 찾는다고 해도 공황장애로 확진하진 않는다. 내과 검진 후에 특별히 이상이 없다면 정신과적으로 공황장애 진단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 말대로라면 공황장애를 예방 및 치료하기 위해선 도시를 떠나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야 한다. 공황장애에 걸렸더라도 모든 일을 포기하고 한가한 곳에 내려가 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공황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과연 나을 수는 있는 병일까?

김 박사는 "적절한 약물 및 인지행동 치료와 함께 공황장애 질환 교육에 따른 생활습관의 변화가 동반되면 공황장애는 반드시 치료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공황장애 증상을 악화하는 물질은 알코올"이라면서 "술에 취할 때는 자율신경계가 알코올에 마취돼 근육이 이완되고 기분도 좋아져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공황장애 환자들은 알코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순간의 편안함을 위해 술을 마시겠지만 다음날 알코올의 혈중 농도가 낮아지면 자율신경계가 더욱 예민하게 돼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황장애를 치료하려면 반드시 금주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선휴 기자

 

한국일보 2014.10.17

[출처] http://economy.hankooki.com/lpage/society/201410/e201410071437479376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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