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산 6500만원…치료숫자 계속 줄고 재범률 갈수록 증가
마약수사 전담경찰 숫자도 줄어…예산은 1.7억원에
불과
국내 밀반입 마약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매년 1만명에 가까운 마약류 사범(事犯)이 양산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사
인력과 치료 예산은 계속해서 줄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재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6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마약 중독자를 치료하는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8400만원에 불과했다. 복지부가 지난해 적발한 마약류 사범은 9764명으로, 마약
범죄를 저지른 전체인원 한 명에게 배정된 예산이 1만원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 ▲ 연도별 마약류 중독자 치료 예산 및 마약범죄 발생 현황/보건복지부(심재권 의원실 제공)
마약 중독자 치료에 배정된 예산은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2010년 1억3000만원이던 예산은 2011년
1억700만원, 2012년~2013년 8400만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예산은 6500만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마약 사범은
9764명으로 1만명에 육박했다. 2010년 9732명, 2011년 9174명, 2012년 9255명 등이었다. 관세청이 올해 상반기에만 적발한
마약은 총 153건, 51.8kg, 시가 1195억원 상당에 달한다. 이는 2013년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적발건수 20%, 중량 61%, 금액
84%가 증가한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니 마약류 중독자를 위한 시설도 턱없이 부족했다. 복지부가 심 의원에게 제출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기관 현황'에 따르면 현재 국내 마약류 중독자 전문치료보호기관은 불과 21곳뿐이다. 병상수도 321개에 그친다. 치료를 받고 싶어도
30대1이라는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의료기관에서 '치료보호'를 받은 환자는 65명뿐이었다. 그나마도
치료비를 지원받은 환자는 12명에 그쳤다. 중독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 이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치료·관리할 기관은 턱없이 모자란
것이다.
마약 치료나 재활을 받은 인원은 2008년 626명에서 2009년 452명, 2010년 395명, 2011년 187명,
2012년 175명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재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마약류 사범 재범률은 2009년 33.8%에서 2010년
36.8%, 2011년 36.6%, 2012년 38.9%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03∼2011년 검거된 전체 마약류
사범 9174명 가운데 치료보호를 받은 비율은 0.2%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2개월∼1년간 치료를 받는 데 그친다. 이 기간에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중독자들은 다시 약물에 손을 댄다. 악순환은 반복되고 정부가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마약류 범죄를 사전에 차단할 수사 인력도 정체상태다. 심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마약 단속 관련 예산 및 인력' 자료에 따르면
올해 마약류 범죄를 전담하고 있는 인력은 204명이었다. 2010년 215명이던 마약수사대 인원은 2011년 213명, 2012년 215명,
2013년 206명으로 다소 줄었다. 마약 범죄가 국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알려진 부산의 마약단속 전담경찰도 2010년 25명에서
2013년 21명으로 감소했다. 중국으로부터의 마약 밀매 위협에 노출돼 있는 인천도 2010년부터 올해까지 마약단속 전담경찰이 10명에 그치고
있다.
- ▲ 최근 5년간 마약 단속 관련 예산 및 인력/경찰청(심재권 의원실 제공)
마약류 범죄 수사 관련 예산은 한 해 2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0년 1억3679만원, 2011년
1억5615만원, 2012년부터는 1억7615만원 수준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복지부 지정 마약중독자 치료보호 기관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마약류 사범 대부분은 향정신성의약품 관련 범죄로 입건되는데, 이는 생각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중독의 위험이 매우
크다"며 “지금과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는 실질적으로 마약 중독자를 치료해 다시 사회로 돌려보는 길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국제 수화물을 통한 밀매 등 구입 경로가 날로 다양해지고 신종 마약류 의약품이 계속 등장하면서 약물 중독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마약 범죄는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든 만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을 늘리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김종일 기자, 이민우 기자
조선일보 2014.10.06
[출처]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05/201410050189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