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에 살던 박아무개(여)씨는 2009년 9월 자신을 피보험자로, 자신이 사망할 때 수익자를 어머니 신아무개씨로 한 상해사망보험에 든 뒤 2012년 12월 집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당시 박씨는 2011년께 부산에서 운영하던 어린이집이 영업정지처분에 40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되자 이로 인한 자책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다 2012년 6월부터 우울증 및 불면증 진단을 받고 병원치료를 받아왔다.
이에 보험회사는 ‘피보험자의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고’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보험약관을 근거로 보험금을 요구하는 유족 신씨를 상대로 울산지법에 채무 부존재 확인소송을 냈고, 신씨도 이에 맞서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냈다. 이들 소송에 대해 재판부는 유족 신씨의 손을 들어줬다.
울산지법 민사3부(재판장 오동운)는 18일 보험회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에 대해 신씨에게 6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박씨가 중한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목을 매 숨진 것이므로 보험계약에서 보장하는 ‘상해로 인한 사망사고’에 해당하지, 약관상 면책사유인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자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보험자의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고를 면책사유로 정한 보험약관에 대해서도 “사망사고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일어난 것인지 여부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보험사의 면책사유로 규정해 공정성을 잃고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도 어긋나 무효”라고 판결했다.
울산지법 공보관 심경 부장판사는 “기존 대법원 판결 취지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에 대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인데, 보험사들이 약관에 ‘심신상실 및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고’를 면책사유로 추가해 이를 우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쐐기를 박은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한겨레 2014.09.18
[출처]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57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