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를 계속한다면 장차 인간은 세 개의 눈을 갖게 될 지 모른다. 두 개는 지금처럼 얼굴에 있고 나머지 하나는 손바닥에 생길지 모른다. 손바닥에
생긴 눈은 스마트폰을
보는데 사용될 것이다. 그만큼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모바일 분석기관인
플러리(Flurry)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자란 하루에 60번 이상 앱을 작동시키는 사용자라고 규정했다. 보통 사용자는 평균 10번 정도 앱을
켠다고 한다. 플러리 보고는 충격적이다. 2013년 3월 스마트폰 중독자가 전세계적으로 대략 8천만 명이었는데 2014년 같은 시기에는
1억8천만 명으로 증가했다. 중독자 중 여성이 52%, 남성은 48%로 나타났다.한국인은 하루 평균 네 시간 이상을 스마트폰 같은 기기에 쓴다는
보고가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심지어 운전하면서도 스마트폰을 보거나 입력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 한 여학생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상담을
신청했다. 요지는 스마트폰에 도청 앱이 깔려 있어 자신의 통화내용을 누군가가 엿듣고 있다는 것이었다. 경찰청에 신고하라고 했더니 거기서 증거를
요구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바꿔보라고 했다. 새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데도 도청을 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순간적으로 그 학생의 대답에
의심이 일기 시작했다. 이전 스마트폰에 누군가가 악성 앱을 깔았다 해도 새 스마트폰에까지 도청 앱을 설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도청 앱이 깔렸는지 확인해 보라고 권했다. 이미 전문가에게 점검을 받았는데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들었다고
했다. 오히려 그 전문가라는 사람의 기술이
수준에 미달한다고 비난했다. 난감했다. 한참 생각하다가
그렇다면 한국 최고의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에게 검사를 받아보라며 동료 교수를 소개했다.
동료
교수가 이틀에 걸쳐 철저히 조사해본 결과 도청 앱이 깔렸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 조사결과를 전달하기 전날 그 여학생의 오빠가
찾아와 전문가로서 단호하게 결론을 전해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의심병이 또 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 교수는 당연히 단호하게 기술적인
설명을 곁들여 결론을 전했다. 그 학생은 의심이 풀려 마음이 홀가분하다며 감사쪽지와 함께 음료 한 병을 필자의 우편물 함에 남겨두고
갔다.
스마트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장점이 많다. 그러나 부정적인 보고들이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이 주류일 때는 PC 앞에 앉을
때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주류가 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게 됐고 소비자 연령이 낮아져 심지어 유아도 가지고 놀 정도가
됐다.
가족이 모여서 식사할 때도 대부분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종의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 수도 늘고
있다. 이런 증상을 노모포비아(nomophobia: no mobile-phone phobia)라고 부른다. 이 증세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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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포함되지 않았다. DSM이라
불리는 이 책은 미국정신의학협회가
펴내는데 정신질환 진단에 가장 널리 쓰인다.
매일 10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대학생과 2시간 미만 사용하는 대학생 뇌의
자기공명영상(MRI)을 중국 연구진이 비교
분석해봤다. 그 결과 장시간 사용한 대학생들의 생각 중추를 담당하는 회백질 크기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레비 교수는 이런 뇌 상태를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고 명명했다. 팝콘이 튀어 오르는 것처럼 즉각적 현상에만 반응할 뿐 생각하지 않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전에는 잠자리에서 테디 베어 인형을 안고 잤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을 들고 잔다. 24시간 친구와 함께 있고 싶어하는
성인들의 욕구가 스마트폰을 끼고 살게 한다. 가까운 친구는 멀어지게 하고 먼 친구를 가깝게 연결해준다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24시간 가능해진 것은 스마트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뇌가 변형되어 기형화될 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뒤틀리게 만드는 등 폐해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자극적인 짧은 문장에만 익숙해진 학생들이 긴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수학능력이 현저히 감퇴되고 있다.
팝콘 브레인이 입시성적을 심각하게 저하시킨다고 해야 겨우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스마트폰 환경으로 인한 중독이 더
심각한 사회문제로 진전되기 전에 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예방법, 치료대책,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대체활동이나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디지털타임스 2014.09.26
[출처]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4092602102351607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