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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정신질환’ 상담·치료받는 소방관 1년새 5배 증가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는 소방관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밤이고 낮이고 주검 모습 떠올라”…작년 상담·치료 1841명
참혹한 사고 현장 반복적 노출로 트라우마 위험 일반인 6배
인력 부족 탓 치료 꺼려…근무환경 개선·심리치료 확대해야

수도권의 한 소방서 지역대에 근무하는 ㄱ(35)씨는 7월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언제부턴가 눈을 감으면 파견 나갔던 진도 팽목항의 참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ㄱ씨는 “단원고 학생의 주검을 구급차에 싣고 안산까지 학생 아버지와 함께 올라간 일이 있었다. 희생된 학생의 얼굴과 오열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꿈을 꾼 일도 있다”고 했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지만, “아내가 걱정하고 동료들에게 짐이 될 것 같아서” 주변에 털어놓을 순 없었다. ㄱ씨는 결국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수면장애 진단을 받은 뒤에야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소방관 ㄴ(30)씨도 요즘 밤잠을 이루기 힘들다. 그는 “최근에 유독 자살 관련 사건으로 출동하는 일이 많았는데, 밤이고 낮이고 주검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ㄴ씨는 “내가 자리를 비우면 남은 동료들이 그만큼 힘들어진다”고 했다.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4일 소방방재청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직업의 특성 때문에 참혹한 사고 현장을 반복적으로 목격해야만 하는 소방관들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우울증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최근 5년간 37명에 달했다. 해마다 7.4명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적·심리적 문제를 자각하고 스스로 정신질환 상담과 치료를 받으려는 소방관들도 불과 1년 사이에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소방방재청의 ‘소방공무원 심리상담 및 검사 현황’을 보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의 정신질환과 심리 문제로 상담·검사·치료를 받은 소방관은 2012년 388명에서 지난해 1841명으로 4.7배나 증가했다. 소방방재청은 일선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과 치료비 지원 등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2012년 도입했는데, 시행 1년 만에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소방관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이용한 소방관은 1105명에 이른다.

 

그러나 심리적 문제로 고통받으면서도 상담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소방관은 이보다 훨씬 많다. 소방방재청이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에 맡겨 일선 소방관 3만9815명 전원을 조사한 지난 4월 설문 결과를 보면, 일반인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은 0.6%에 그쳤지만 소방관 중 위험군은 6.3%(2508.3명)에 달했다. 우울증의 경우에도 일반인 위험군(2.4%)에 견줘 소방관의 위험군(10.8%)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심리치료가 필요한 소방관 가운데 71%가 “치료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인사상 불이익을 염려하거나, 일선 소방서장의 관심 부족, 현장 소방인력 부족 등으로 자리를 쉽게 비울 수 없는 탓이 크다고 한다.

 

노웅래 의원은 “소방업무 특성상 장기간 야간·교대 근무 등 업무 강도가 높아 정신적 충격에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정신질환을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근무환경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방방재청은 “맞춤형 심신안정 프로그램과 찾아가는 심리상담 서비스 등을 확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소방전문병원을 만들어 전문적인 심리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2014. 09. 15 한겨레뉴스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51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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