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청년을 꿈꾸다 정신질환을 얻으며 20년째 정신요양시설에서 요양 중인 40대 정신장애인이 자작 시집을 펴내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논산에 위치한 정신요양시설인 성지드림빌에서 생활하고 있는 오재길(48) 씨.
4일 충남도에 따르면 그는 최근 자신이 쓴 시를 엮은 ‘세월의 길목에서’를 출판했다.
공주 출신인 오 씨는 지난 1985년 문학청년을 꿈꾸며 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으나 1994년 대학 4학년 재학 중 조울증이 닥치며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게 됐다. 현재는 정신요양시설에서 요양 중이다.
오 씨의 첫 시집 ‘세월의 길목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정신요양시설에서 생활하며 틈틈이 쓴 1000여편의 시 중 97편을 추려 담았다.
시집은 ‘꽃’, ‘님’, ‘오가는 정’, ‘초저녁’, ‘운명’ 등 5부로 구성됐다. 각 시는 간결하면서도 애틋한 표현으로 잔잔함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시집을 내는데 든 비용은 오 씨가 그동안 봉투접기나 쇼핑백 만들기 등을 통해 매월 번 몇 만원씩을 모아 충당했다.
오 씨는 시인의 말을 통해 “이 시집을 통해 삶의 여유와 사랑을 느끼기 바라며 마음의 평화와 사랑이 가득하길 기원해 본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동안 써 둔 작품들을 다듬어 시집을 펴낼 계획이다.
내성적이던 오 씨가 외향적으로 변하고 시집까지 펴낼 수 있었던 데에는 성지드림빌의 원외 취업활동 지원, 작업 치료관리, 사회 기술 훈련, 정서 지원, 금융자산 관리, 생활체육, 사회복귀를 위한 준비 훈련 모임 등 직업 재활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
김재형 충남도 보건행정과장은 “정신질환은 100명 중 1명이 걸리는 병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사회적으로 정신병이라는 낙인이 찍히며 사회 진출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도는 앞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나 권익 옹호는 물론 이번에 시집을 펴낸 오 씨와 같이 예술적 가능성이 엿보이는 정신장애인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정신보건시설 내 직업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yreporter@newsis.com
뉴시스 유효상 기자 2014. 08. 04
[출처]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40804_0013087623&cID=10807&pID=10800
【홍성·예산=뉴시스】정신장애를 딛고 오재길씨가 펴낸 시집 '세월의 길목' 표지. (사진=충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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