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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향기 진한 커피 맛보러 오세요… 장애인들과 함께 작은 기적 이룬 포항 ‘카페 히즈빈스’ 기사의 사진
임정택 히즈빈스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21일 경북 포항 남구에 있는 히즈빈스 5호점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40대 중반의 신만철씨는 마흔을 넘겨 바리스타로 첫발을 뗐다. 조울증과 정신분열증을 앓던 그는 커피전문점 히즈빈스 직원으로 2009년 9월부터 일하기 시작했지만 생전 처음 접하는 직장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일을 그만두려고 할 때마다 동료들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신씨는 바리스타 일과 더불어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까지 공부하고 있다. 자신처럼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회복과 취업을 돕고 삶의 의지를 북돋아주기 위해서다.

현재 경북 포항에는 히즈빈스 카페 7곳이 성업 중이다. 신씨를 포함한 장애인 37명이 매장당 5명 안팎으로 근무한다. 우울증이나 강박증 같은 정신병을 앓는 정신 장애인이 3분의 2 정도다. 나머지는 지적 장애인과 지체 장애인이다.

최근 포항 남구 희망대로 포항문화예술회관 1층에 있는 히즈빈스 카페 5호점을 찾았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김형통(32)씨와 문은영(여·30대 중반)씨가 밝은 얼굴로 맞이했다. 정신장애인인 그들은 이곳에서 각각 1년, 5년 동안 일했다. 문씨는 “이전에 다른 곳에서 경리사원으로 일했는데, 바리스타 일이 더 재미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직장으로서 히즈빈스의 가장 큰 특징은 장애인 직원들의 근속기간이 카페 지점들의 영업기간과 거의 같다는 점이다. 길게는 5년, 짧게는 1년까지다. 카페 1호점이 생긴 이래 전체 장애인 직원 중 그만둔 이는 지금까지 2명뿐이다. 서비스 업종의 장애인 근속기간이 평균 3∼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비결은 이른바 ‘다각적 지지 시스템’으로 임정택(30) 히즈빈스 대표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가 명명한 이 시스템은 직원이 사직하려고 할 때마다 주위 사람들이 당사자를 일으켜 세워주는 방식이다. 일례로 정신분열증을 앓는 A씨가 환청 증세의 악화로 사직할 뜻을 상관에게 보고했다고 치자. 그러면 이 사실은 당일 점장(또는 매니저)의 근무일지를 통해 최소한 7∼8명에게 전달된다. 부모, 담당의사, 임 대표(또는 업체 임원), 바리스타 선·후배, 담당 사회복지사, 사회복지 담당교수, 학생 지원단(한동대), 정신장애인 사회시설 복귀 동료 등이다.

정보를 접한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A씨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 임 대표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장애인 직원들은 중대고비를 극복한다”면서 “우리는 직원 한 명을 위해 최소한 1년에서 1년6개월까지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메릴랜드주립대 연구진들이 2년 전 포항에 들러 히즈빈스의 장애인 고용 시스템을 연구했고, 미국정신재활협회는 소식지에 히즈빈스 직원의 변화 사례를 소개했다. 이러한 히즈빈스의 운영 방침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노리는 경제원리와는 배치된다. 하지만 현재 7개 점포는 직원들에게 급여를 밀린 적이 없을 정도로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임 대표가 이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온전히 말씀 덕분이었다. 한동대 3학년 때 진로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던 중 한 성경구절이 그의 심금을 울렸다고 한다.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태복음 25장 40절)

‘지극히 작은 자’에 대해 묵상하던 그는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졌고, 6개월가량 그들을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이분들에게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일자리였어요. 제대로 된 기술(교육)과 취업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그들을 지지해줄 수 있는 동료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 수단이 카페라고 생각한 임 대표는 동분서주한 끝에 포스코로부터 종잣돈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2009년 9월 한동대에 히즈빈스 1호점을 연 데 이어 2011년 2·3·4호점, 2012년 5호점, 지난해 6·7호점을 잇따라 개업했다.

임 대표가 너무 빨리 성공한 게 아닐까. “우리나라에만 수백만명의 장애인이 있어요. 전 세계에는 수억명이나 되고요. 그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꿈을 심어 주는 의무가 저에게 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포항=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국민일보 2014.07.07
[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2728568&code=231111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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