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정신보건 전문가들도 ‘F코드의 폐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Z코드’다. 복지부는 지난해 4월부터 단순히 정신과에서 상담만 받을 경우 F코드가 아닌 일반 상담치료를 의미하는 Z코드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정신의학과의 문턱을 낮춰 의사와의 상담을 활성화해보려는 취지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F코드의 낙인효과만 강화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醫)도 “잘 몰라”=복지부 대책의 골자는 약물 처방을 받지 않을 경우 상담 횟수와 관계없이 Z코드를 받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우울증 등 주요 정신질환의 경우 약물·상담치료를 장기간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중증이라면 약물치료는 불가피하다. 진료 현장에서 “정책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탁상공론이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한 대형병원 정신의학과장은 “(Z코드가 도입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정책효과가 미미해 의사들조차 거의 신경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F코드를 받은 환자가 모두 심각한 정신질환자로 비친다는 점도 문제다. 단순 상담자를 Z코드로 빼면서 F코드를 받은 사람들이 마치 약물 없이 생활이 불가능한 중증 정신질환자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강남을지병원 최삼욱 교수는 “가벼운 고혈압, 당뇨처럼 간단한 투약만으로 정상 생활이 가능한 가벼운 정신질환까지 싸잡아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며 “약을 처방받는다고 반드시 더욱 심각한 정신질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약물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을 설득해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더욱 까다로워졌으며, 정신과 문턱이 더욱 높아지고 F코드의 낙인효과만 강화된 셈이다.
◇“보험업계 관행부터 뜯어고쳐야”=당초 복지부 안은 이런 부작용을 고려해 약물처방까지 Z코드를 받도록 했었다. 그러나 진료 현장의 왜곡을 우려하는 일부 학계 의견을 반영해 일단 약물처방 부분은 제외했다. 복지부 이중규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약물을 쓸 정도면 우울증 확진을 받은 것인 만큼 의무기록지에 진단명을 확실히 쓰고 정식으로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이에 따라 우선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단순 상담을 F코드에서 빼는 안부터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책 결정에 참여했던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규 교수는 “정신의학과의 문턱을 단계적으로 낮춰야 한다. 약물을 뺀 것은 그 첫 단계”라면서 “일반인들에게는 효과가 별로 없을지 모르지만 청소년들은 상담을 받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정책 시행 1년이 되는 다음달쯤 성과를 분석해 약물치료에도 F코드를 부여하지 않는 방안 등의 보완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보험업계의 잘못된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연세대 원주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민성호 교수는 “정신의학과 치료가 잘돼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많은 민간 보험회사들이 F코드 전력을 트집 잡아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이런 관행이 공공연하게 남아 있는 곳은 보험업계가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출처] 국민일보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8118114&cp=nv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醫)도 “잘 몰라”=복지부 대책의 골자는 약물 처방을 받지 않을 경우 상담 횟수와 관계없이 Z코드를 받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우울증 등 주요 정신질환의 경우 약물·상담치료를 장기간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중증이라면 약물치료는 불가피하다. 진료 현장에서 “정책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탁상공론이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한 대형병원 정신의학과장은 “(Z코드가 도입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정책효과가 미미해 의사들조차 거의 신경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F코드를 받은 환자가 모두 심각한 정신질환자로 비친다는 점도 문제다. 단순 상담자를 Z코드로 빼면서 F코드를 받은 사람들이 마치 약물 없이 생활이 불가능한 중증 정신질환자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강남을지병원 최삼욱 교수는 “가벼운 고혈압, 당뇨처럼 간단한 투약만으로 정상 생활이 가능한 가벼운 정신질환까지 싸잡아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며 “약을 처방받는다고 반드시 더욱 심각한 정신질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약물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을 설득해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더욱 까다로워졌으며, 정신과 문턱이 더욱 높아지고 F코드의 낙인효과만 강화된 셈이다.
◇“보험업계 관행부터 뜯어고쳐야”=당초 복지부 안은 이런 부작용을 고려해 약물처방까지 Z코드를 받도록 했었다. 그러나 진료 현장의 왜곡을 우려하는 일부 학계 의견을 반영해 일단 약물처방 부분은 제외했다. 복지부 이중규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약물을 쓸 정도면 우울증 확진을 받은 것인 만큼 의무기록지에 진단명을 확실히 쓰고 정식으로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이에 따라 우선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단순 상담을 F코드에서 빼는 안부터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책 결정에 참여했던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규 교수는 “정신의학과의 문턱을 단계적으로 낮춰야 한다. 약물을 뺀 것은 그 첫 단계”라면서 “일반인들에게는 효과가 별로 없을지 모르지만 청소년들은 상담을 받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정책 시행 1년이 되는 다음달쯤 성과를 분석해 약물치료에도 F코드를 부여하지 않는 방안 등의 보완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보험업계의 잘못된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연세대 원주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민성호 교수는 “정신의학과 치료가 잘돼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많은 민간 보험회사들이 F코드 전력을 트집 잡아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이런 관행이 공공연하게 남아 있는 곳은 보험업계가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출처] 국민일보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8118114&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