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뉴 건너뛰기

이슈&칼럼

조회 수 769 추천 수 0 댓글 0
Atachment
첨부 '1'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나는 어릴 적에 또래들보다 두 달이나 늦게 유치원에 들어갔다. 유치원에 갔던 첫날은 친구도, 선생님도 모두 낯설었고 나만 뒤처져 있는 듯 느껴졌다. 두 번째 날에는 유치원에 있는 모든 것이 두렵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안 가겠다고 떼를 쓰고 더 유치원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딸은, 유치원 끝나는 시간에 데리러 가면 더 놀다가 가겠다고 떼를 쓰곤 하였다.

 

사람들은 코로나19를 많이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결정적인 대안이라고 하는 백신 예방접종에 대해 걱정하고 주저한다. 다행히 나는 정신질환자를 위한 기관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로 예방주사를 일찍 맞았다. 맞고 난 뒤 큰 어려움도 없었고, 곧 2차 예방주사를 반갑게 맞을 예정이다. 나는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사람보다 먼저 경험했으니 불안과 두려움이 적다. 

 

‘불안’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감정이다. 지속해서 막연한 것 자체가 고통이므로 불안은 고통스럽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으니 기본적으로 불안이라는 감정이 따라다닌다. 불안이 있어야 조심하게 되고 무언가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막연함에서 벗어나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예측할 수 있는 자세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 막연함이 걷히고 불안도 사라질 것이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와 백신에 대하여 더 많은 것을 알아가는 중이다.

‘두려움’은 안 좋은 것에 대한 무기력한 감정이다. 누적된 무기력은 한층 더 옥죄는 것이므로, 두려움은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안 좋은 것을 안다고 해서 대비책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나이가 듦에 따라 다가오는 죽음에 대하여 무기력하다. 만약 죽음을 경험해 볼 수 있고 통제력을 갖게 된다면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코로나19에 대해서만큼은 지금 우리가 적나라하게 경험해 보고 있다는 것이다.

불안의 반대는 무엇일까? 미래에 대한 정확하고 좋은 예측, 즉 ‘안도 혹은 낙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두려움의 반대는? 많이 경험해 보고 그러면서 생기게 되는 ‘친숙감 혹은 통제감’ 정도가 아닐까. 나는 우리가 코로나19에 대하여 안도하게 될 것이고, 어떻게든 통제감을 획득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을 매일 만나고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두렵지 않고 친숙하다. 그리고 나이가 들고 나서는 죽음에 대해서도 조금은 친숙해지고 싶다. 그래서 두려움 없이 죽음을 맞고 싶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출처: https://www.etoday.co.kr/news/view/2027984 ]

 

  • 황정우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 opinion@etoday.co.kr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7 [스크랩] [강석진의 마음건강검진 실시법] “건강검진 시 정신건강도 검사하자” 관리자 2018.11.16 152
1036 [스크랩] 20대 우울증 환자 5년새 50%↑…취업난 '요인' 관리자 2018.10.04 157
1035 [스크랩]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사회구조적 문제 해결의 주체” 관리자 2018.09.20 158
1034 [스크랩] 여가부장관 "데이트폭력, 1회 범행도 구속가능" 관리자 2018.08.02 160
1033 [스크랩] 월소득 500만원 부부, 1억5672만원… 138만원 부부는 3억 육박 관리자 2018.08.14 162
1032 [스크랩] 사회복지사 이론교육 강화 위한 시행규칙 개정안 공고 관리자 2019.01.07 165
1031 [스크랩] 내년 복지부 예산 72조5150억원 확정 관리자 2018.12.10 165
1030 [스크랩] 故 임세원 교수, 마지막까지 환자와 동료 챙겼다 관리자 2019.01.03 167
1029 [스크랩]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내년 12개 시군구에서 시작 관리자 2018.11.27 167
1028 [스크랩] 작년 우울증 환자,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많아 관리자 2018.09.12 167
1027 [스크랩] '故임세원 비극' 막을 수 있었다…복지부, 치료명령제 '말뿐' 관리자 2019.01.03 169
1026 [스크랩] 국민건강보험공단, 뇌 건강의 불균형 '조현병' 약물치료 등 조기치료 중요 관리자 2018.08.31 169
1025 [스크랩]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지켜주세요 …'교내 스마트폰 금지' 청원 관리자 2018.08.24 169
1024 [스크랩] 혼밥하는 노인 우울증 위험 30% 높다 관리자 2018.11.27 170
1023 [스크랩]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통과…소주 ‘원샷’ 시킨 최 팀장의 운명은 관리자 2018.12.31 172
1022 [스크랩]`24시간 피로사회` 대한민국…꿀잠에 지갑열기 시작했다 관리자 2018.09.05 172
1021 [스크랩] 박능후 장관 "게임 장애, WHO 따라 질병으로 분류할 것" 관리자 2018.10.11 174
1020 [스크랩] 희망 잃고 기댈 곳도 없다…10대부터 노년까지 위험노출 관리자 2018.12.03 175
1019 [스크랩] 2025년 요양시설 벗어나 돌봄·의료 '집'에서 받는다 관리자 2018.11.20 177
1018 [스크랩] 서울시 내년 예산 35조8천억 '역대 최대'…복지예산만 11조(종합) 관리자 2018.11.05 17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