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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나는 어릴 적에 또래들보다 두 달이나 늦게 유치원에 들어갔다. 유치원에 갔던 첫날은 친구도, 선생님도 모두 낯설었고 나만 뒤처져 있는 듯 느껴졌다. 두 번째 날에는 유치원에 있는 모든 것이 두렵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안 가겠다고 떼를 쓰고 더 유치원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딸은, 유치원 끝나는 시간에 데리러 가면 더 놀다가 가겠다고 떼를 쓰곤 하였다.

 

사람들은 코로나19를 많이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결정적인 대안이라고 하는 백신 예방접종에 대해 걱정하고 주저한다. 다행히 나는 정신질환자를 위한 기관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로 예방주사를 일찍 맞았다. 맞고 난 뒤 큰 어려움도 없었고, 곧 2차 예방주사를 반갑게 맞을 예정이다. 나는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사람보다 먼저 경험했으니 불안과 두려움이 적다. 

 

‘불안’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감정이다. 지속해서 막연한 것 자체가 고통이므로 불안은 고통스럽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으니 기본적으로 불안이라는 감정이 따라다닌다. 불안이 있어야 조심하게 되고 무언가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막연함에서 벗어나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예측할 수 있는 자세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어 막연함이 걷히고 불안도 사라질 것이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와 백신에 대하여 더 많은 것을 알아가는 중이다.

‘두려움’은 안 좋은 것에 대한 무기력한 감정이다. 누적된 무기력은 한층 더 옥죄는 것이므로, 두려움은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안 좋은 것을 안다고 해서 대비책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나이가 듦에 따라 다가오는 죽음에 대하여 무기력하다. 만약 죽음을 경험해 볼 수 있고 통제력을 갖게 된다면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코로나19에 대해서만큼은 지금 우리가 적나라하게 경험해 보고 있다는 것이다.

불안의 반대는 무엇일까? 미래에 대한 정확하고 좋은 예측, 즉 ‘안도 혹은 낙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두려움의 반대는? 많이 경험해 보고 그러면서 생기게 되는 ‘친숙감 혹은 통제감’ 정도가 아닐까. 나는 우리가 코로나19에 대하여 안도하게 될 것이고, 어떻게든 통제감을 획득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을 매일 만나고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두렵지 않고 친숙하다. 그리고 나이가 들고 나서는 죽음에 대해서도 조금은 친숙해지고 싶다. 그래서 두려움 없이 죽음을 맞고 싶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출처: https://www.etoday.co.kr/news/view/2027984 ]

 

  • 황정우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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