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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내 아이 정신과 진료 거부감 탓
병원 아닌 치료센터로 보내
약물치료 오해로 치료중단도
ADHD, 병원 진단이 최우선…


학기가 시작되면 소아청소년정신과 클리닉을 방문하는 초등학교 입학생 중에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꽤 있다. 유치원과 달리 학급 인원이 많고 지켜야 할 규칙도 늘어났으며 참을성도 필요한 초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그동안 허용되던 ADHD의 증상들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병원에 오기 전까지 ‘우리 아이는 ADHD가 아닐 거야!’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다른 치료기관을 다녔다는 것이다.
 

왜 부모들은 자녀의 문제를 평가하기 위해 병원부터 찾지 않을까? 그러한 문제로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있겠으나 우려되는 점은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정신과’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 때문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많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정신과 진료, 특히 내 아이가 정신과에 드나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정신과 진료 기록이 향후 자녀의 취업ㆍ결혼ㆍ군대 등 사회생활에 문제가 되지 않을지 우려한다. “남자애들이 다 그렇지”, “정신과 약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더라”, “ADHD 약 먹으면 키도 안 자라고 부작용 많다더라” 등등의 근거 없는 지식에 휘둘리기도 한다. 병을 인정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학교나 학원 등에서 아이 행동이 문제가 되니 데려가라고 전화는 오고, 그러다 보니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를 각종 치료센터에 보내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정신과와 약물치료를 둘러싼 위와 같은 편견은 그야말로 편견에 불과하다. 먼저 가장 많이 걱정하는 정신과 진료 기록은 본인의 동의 없이는 열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회사 등에서 개인의 의료 기록을 조회할 수 없다.
 

‘ADHD 치료제가 마약이고 한 번 쓰면 못 끊는다’는 내용도 잘못 알려진 사실 중의 하나다. ADHD의 대표적 치료약물인 ‘메틸페니데이트’ 제제가 약사법상 마약류로 분류돼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약사법상 허가된 치료약물인 것도 사실이다. 이들 약물은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물질의 양을 조절해 ADHD의 증상을 개선시키는 작용을 하며, 병원 처방 없이는 절대 사용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으므로 제대로 사용한다면 중독 가능성은 없다. 다만 ADHD 특성상 치료가 장기화돼 약물 사용 기간이 길어질 수는 있다. ADHD 치료가 약물치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으며, 약물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안타까운 점은 정신과와 약물치료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 때문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친다는 점이다. 최근 의료보험공단 자료 분석에 따르면 2008~2011년에 의료기관에서 ADHD 진단을 받은 소아청소년은 해당 인구의 약 0.35%이며, 그중 약물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0.25% 정도다. 그나마 약물치료 개시 6개월 이내에 반수 정도가 치료를 중단한다. 18세 미만 인구 중 ADHD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빈도는 5~8% 정도다. 따라서 실제 환자 20명 중 한 명 정도가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있으며, 그나마 약물치료를 받는 인원은 더 적다. 그렇다면 나머지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왜 매스컴에서는 ADHD가 과잉 진단되고 불필요한 약물을 쓰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인지.
 

어떤 부모가 자녀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감정적인 접근이나 선입견에 휘둘리기 쉽다는 점이다. ADHD는 주의력과 뇌의 실행 기능을 주관하는 부위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며, 아이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치료가 지체될 수 있고,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몸이 아플 때 병원을 먼저 찾는 것처럼 ADHD도 전문의 상담에 따른 진단과 치료가 첫걸음이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반건호 경희대병원 교수
 

해럴드경재 2014-04-01
출처 :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40401000518&md=20140402003750_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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