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으로]거리 노숙인들을 위해 뛰는 사람들
“서초역에서 매일 쓰레기통을 뒤져 남이 버린 음식을 주워먹는 여성이 있는데, 대화를 거부합니다.”
강남지역 노숙인 거리상담 봉사단체인 ‘거리의천사들’ 윤건 총무가 지난 16일 오전 박연화 서울시 노숙인 정신건강팀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박 팀장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박연화 서울시 노숙인 정신건강팀장(가운데)이 지난 16일 노숙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매일 서울 서초역의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물을 꺼내 먹는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 여성과 면담하고 있다.
목발에 의지한 채 쓰레기를 뒤지는 여성이 눈에 띄었다. 역무원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매일 아침 이곳에 나타났다”며 “행인들이 빵이나 돈을 주곤 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 여성에게 준비해 간 과자를 주며 대화를 시도했다. “나는 상한 음식을 먹어도 문제가 안생긴다” “비둘기 영혼과 대화한다”는 등 횡설수설하는 여성은 정신질환이 심각해 보였다.
면담 과정에서 얻은 정보로 박 팀장은 여성의 신원조회를 했다. 노숙인은 아니었다. 여성의 어머니는 전화통화에서 “오래 전 딸은 명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원 시험 준비를 하던 중 교통사고가 나 머리와 다리를 크게 다쳤다.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어 아버지가 승용차로 매일 아침 역에 데려다준다”고 말했다. 보호자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서울역 앞에 사무실을 둔 노숙인 정신건강팀은 정신질환 및 알코올중독 등으로 인해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거리 노숙인을 찾아다니며 상담한다. 필요할 땐 경찰관의 협조를 받아 병원에 입원조치한다. 퇴원하면 주거지원, 주민복원, 수급연계 등 사후관리까지 맡는다.
정신과 전문의 1명(비상주)과 정신보건전문요원 4명, 사회복지사 3명 등 총 8명이 서울 전역을 담당하고 있다. 2012년 설립된 이래 706명을 상담했으며 병원입원 213명, 시설 입소 62명, 주거지원 26명, 귀가 등 40명의 성과를 냈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이들의 일상은 긴박하고 분주해 보였다. 야간에 노숙인 간 싸움이 벌어지거나 자살시도 등 돌발상황이 발생할 때 제일 먼저 달려가는 것도 이들이다.
특히 여성 거리노숙인은 정신건강팀이 전담하다시피한다. 박연화 팀장은 “여성은 불행한 임신·출산 등으로 노숙과 빈곤 문제가 더 심각하기 때문에 우선 보호하고 자활 서비스도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연기자 jypark@kyunghyang.com>
경향신문 2015-10-30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40601&artid=201510301703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