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메뉴 건너뛰기

이슈&칼럼

조회 수 715 추천 수 0 댓글 0
정신건강의학과는 편견과 맞서게 되는 일이 많은 진료과다. 환자와 그의 가족들은 물론이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도 진료에 앞서 여러 편견들과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멀쩡하게 우울증 치료를 받고 “회복하게 되어 고맙다” “덕분에 일상생활에 복귀하게 됐다”고 인사를 건네면서도 보험사나 직장에 제출하는 진단서에는 정신과 진단명을 빼달라고 한다. 심지어 다른 과에서 치료받은 것처럼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도 있다.
국소담 |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어린 자녀들을 치료해야 하는 부모들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때로는 병의 경과나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정보보다 아이의 진료 경력이 군입대취직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누군가가 아이의 진료 내역을 열람하고 불이익을 주지는 않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 보이기까지 한다.

의사로서 허탈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는 이러한 상황들은 환자나 보호자 개개인의 가치관이나 도덕성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뿌리 깊은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환자와 보호자, 주변인, 때론 동료 의사들에게서 정신과 환자에 대한 스티그마(stigma, 낙인)를 걷어내는 작업에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정신과 의사의 숙명(?)과도 같다.

그래서 올여름 방영됐던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선물 같은 드라마였다. 어떨 때는 그 어떤 과학적 근거와 설득보다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 한방이 더 강력하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 환자들의 이야기를, 정신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해준다는 게 고마웠다. ‘정신과 환자들을 차별하는 보험사들의 보험 약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병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추후 자녀의 기능에 더 큰 손상을 준다’고, ‘의무 기록은 본인이 아니면 열람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지 않아도 멋진 배우들이 대신 울고, 웃고, 말해주니 고마울 수밖에.

이 드라마를 처음 볼 때는 ‘혹시 병에 대해 잘못된 내용이 나오면 어떡하나’ 가슴을 졸였다. 하지만 이내 그런 마음을 내려놓았다. 드라마의 목적은 정확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그런 것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할 일이지, 드라마 관계자들이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의사가 아는 병과 증상들에 대해 ‘일반인들은 저렇게 상상할 수도 있겠구나, 저렇게 이해하기도 하는구나’ 생각하면서 보니, 더 깊은 재미와 감동이 느껴졌다. 더구나 판타지 추구(fantasy seeking)라는 재미도 없으면 무슨 드라마 볼 맛이 나겠는가.

예전에 ‘가장 잔인한 일본 사람의 이름은 뭘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까니마또까(깐 이마 또 까)’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하필 아픈 데를 또 건드리니 얼마나 아플까. 세상 모든 사람을 환자 취급하는 태도에는 반대다. 하지만 누구든지 아플 수 있다. 아픔을 겪어야 하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사람들은 그 아픔으로 인해 다른 이에게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더 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아픈 사람은 비난하는 게 아니라, 위로해 줘야 한다. 드라마에서 배우 성동일씨의 대사가 참 인상 깊었다. “암이다, 다리가 잘렸다, 그런 환자나 장애인들은 위로나 동정이라도 받는데, 정신증은 죄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봐.”

정신증은 정신과 질환 중에서도 중증 질환에 속한다. 그들을 위로해 주자. 아픈 거니까. 차별과 편견으로 그들을 더 아프게 하지 말자. 그것은 ‘까니마또까’만큼 잔인한 일이다.

국소담 |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경향신문 2014.10.02​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0022050365&code=900303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7 [스크랩] 폭식은 정신 질환…식사 중독과 같아 관리자 2014.10.20 777
156 [스크랩] 정신병원 간호사 물건 훔친 환자 ‘체벌’ 관리자 2014.10.17 886
155 [스크랩] 내년 복지부 사회복지예산 10.4%↑…4조원 수준 관리자 2014.10.16 734
154 [스크랩] 퇴원심사청구서 발송 않고 계속 입원시킨 정신나간 정신병원 관리자 2014.10.15 802
153 [스크랩] 치매? 치매예방수칙 ‘3권·3금·3행’을 지켜라 관리자 2014.10.14 713
152 [스크랩] 마약류 중독자 치료 예산 年 1억 불과…1인당 1만원도 안돼 관리자 2014.10.13 705
151 [스크랩]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이 ADHD 증상 악화시켜 관리자 2014.10.10 758
150 [스크랩] 이상민 “정신병력 소년원생 5년새 3배 증가” 관리자 2014.10.10 801
» [스크랩] 괜찮아, 사랑이야 관리자 2014.10.08 715
148 [스크랩] '극한직업' 사회복지사…한 9급 공무원의 하루 관리자 2014.10.07 738
147 [스크랩] 복잡한 현대사회, 복합정신질환자가 는다 관리자 2014.10.06 686
146 [스크랩] 가벼운 우울증, '정신질환' 제외?…국회서 발묶여(종합) 관리자 2014.10.06 897
145 [스크랩]“정신질환으로 인한 사고에도 보험금 지급해야” 관리자 2014.10.01 661
144 [스크랩]`스마트폰 중독` 대책이 필요하다 관리자 2014.10.01 661
143 [스크랩] 삼성 리더십 전문가 "사회복지사 이기적 이타주의자 돼라" 관리자 2014.09.30 701
142 [스크랩] 치매 환자 5년간 87% 늘어… 40대 미만서도 증가 추세 관리자 2014.09.30 692
141 [스크랩] 인권위 “부모 정신질환 이유로 항공운항학과 대입 신체검사 불합격은 차별” 관리자 2014.09.29 795
140 [스크랩] 정신과 문턱 낮추려 만든 ‘Z코드’ 유명무실 관리자 2014.09.29 711
139 [스크랩] 청소년 자살예방 하려면 심리적 부검 도입해야 관리자 2014.09.26 620
138 [스크랩] 외상후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찰관 보호 대책 마련 시급 관리자 2014.09.26 731
Board Pagination Prev 1 ...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52 Next
/ 52